
해리 후디니는 마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 정도는 들었음직한
이름이다. 20세기 초 전설적인 명성을 누렸던 후디니는 이미 많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 언급되었으며 때로는 등장인물로도 되살아났기 때문이다(필자 역시
마법의 영화 티켓이 나오는 <라스트 액션 히어로>에서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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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Check |
Picture ★★★★ Sound ★★★★ |
Title Spec |
감독 |
질리언 암스트롱 |
출연 |
가이 피어스, 캐서린 제타 존스 |
등급 |
15세 이용가 |
러닝 타임 |
96분 |
출시사 |
프리미어 |
비디오 포맷 |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2.35:1 |
오디오 타입 |
DTS, 돌비 디지털 5.1 |
언어 |
영어 |
자막 |
한국어, 영어 |
지역 코드 |
3번 |
마술사이자 탈출술의 대가였으며 심령술, 강신술 등 초자연 현상을 논파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던 그는 사후 80년이 넘은 지금도 뿌리 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군가
죽은 뒤 되살아나는 것이 가능하다면, 해리 후디니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던 그는 매년 그의 영혼을 불러들이려는 강신술제가 열릴 만큼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반열에
오른 것이다. 배우로도 활약했던 후디니는 일련의 무성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도 적지 않다.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도
그 가운데 한 편이다.
이 영화는 후디니와 가공의 인물인 메리 맥가비라는 여성과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원제인 ‘Death Defying Acts’는 ‘죽음에 도전하는 행위’라는
의미로 마술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영화인 <프레스티지>를 연상케 하지만, 한국
개봉 당시 붙여진 부제인 ‘어느 마술사의 사랑’이야말로 작품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영화에도 후디니의 유명한 탈출 마술이나 그가 생전에
몰두했던 심령술의 허위 폭로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후디니와 맥가비를
연결하려는 극적 장치 이상은 아니다. 오히려 극 중 공들여 묘사되는 부분은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만 사랑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된 남자와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가난에
시달려 진정한 사랑을 믿지 못하는 여자가 서로의 심리적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우리에게는 <소펠 부인>, <작은 아씨들>로 잘 알려진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은 이 로맨스 시대극을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빚어냈다. 뛰어난
부분을 찾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엉성하고 허술하지는 않다. 적절한 과장과 허풍으로
후디니라는 인물을 멋지게 표현해 낸 가이 피어스의 연기 변신과 주목 받는 아역
배우 시어셔 로넌을 보는 것도 즐겁다.
DVD의 화질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차분한 느낌의 발색이 20세기
초반 영국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배우들의 피부와 소도구 등의
디테일 표현도 나쁘지 않다. 어두운 장면에서는 일부 지글거림이 눈에 띄지만 거슬리지
않을 정도이며, 암부 표현도 비교적 깔끔하다. 사운드는 공연 장면이나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입체적인 공간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후디니가
물속에 들어가는 대목에서는 수중 효과음과 앰비언스가 돋보이며, 대사 전달도 또렷하게
잘 된다.

스페셜 피처는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는데, 2디스크 타이틀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질과 양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내용도 인터뷰 모음과 촬영
현장을 담은 ‘B-rolls’, 뮤직 비디오, 예고편이 전부다. 인터뷰 모음은 가이 피어스를
비롯한 주요 출연진과 감독, 프로듀서, 각본가, 프로덕션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이 각자의 분야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 배우들의 경우 공연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으로 중복되는 질문이 많아 필연적으로 서로에 대한 칭찬 위주로
이어질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칭찬은 두어 번만
반복되면 금세 질려버린다. 스태프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겉핥기식이며 정보량도 그리 많지 않다.
‘B-rolls’는 공연 시퀀스, 수중 촬영 과정 등 영화의 주요 대목의 촬영 현장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인터뷰나 내레이션이 일체 들어가지 않은 가감 없는 기록으로서
나름대로 현장감이 있기는 하지만 16분 동안 보기에는 단조롭고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구성의 부재가 아쉬운 부가영상이다. 뮤직비디오와 예고편은 모두 현지화된 버전으로,
특히 뮤직비디오는 장혜진, 먼데이 키즈, 일락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보이스원의
노래 ‘그대 뿐이죠’를 영화 장면과 함께 편집한 것이다. 스페셜 피처의 이러한
구성은 이 영화가 호주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한국에서 일찌감치
공개된 탓에 DVD용으로 따로 제작된 내용을 수록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비록 DVD는 구성상의 아쉬움이 남는 타이틀이지만, 작품으로서의 <데스 디파잉>은
조금 색다른 소재의 로맨스를 찾는 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영화다.
글 / 김송호(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