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엔 형제가 <파고> 이후 약 10년 만에
연출한 본격 스릴러다. 장르 소설가로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충실하게 각색한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의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아카데미상 이외에도 골든 글로브상, 감독협회상 등의 권위
있는 상을 받았으며, 칸 영화제에서는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각국의
많은 비평가들이 지난해 최고의 영화로 꼽기도 하는 등 지난해 겨울부터 올 봄에
이르기까지 영화계 안팎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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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Check |
Picture ★★★★ Sound ★★★★☆ |
Title Spec |
감독 |
조엘 코엔, 에단 코엔 |
출연 |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
등급 |
19세 이용가 |
러닝 타임 |
122분 |
출시사 |
CJ |
비디오 포맷 |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2.35:1 |
오디오 타입 |
돌비 디지털 5.1 |
언어 |
영어, 태국어 |
자막 |
한국어, 영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외 |
지역 코드 |
3번 |
그렇지만 이 영화는 위에서 언급했던 평단의 극찬에서 벗어나 살펴보더라도 완성도
면에서 부족한 점을 찾기 힘든, ‘걸작’이라는 단어로 장식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작품이다. 여러 장르의 영화를 해체하여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특유의 작법,
장면 하나하나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 치밀한 플롯 등 코엔 형제의 성공적인 작품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잘 살아 있으며, 노련한 배우들이 선보이는 연기의 앙상블은
환상적이다. 절찬을 받았던 쉬거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은 보는 이를 얼어붙게 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하고, 영화의 배경과 같은 텍사스 출신임을 활용한 벨 보안관
역의 토미 리 존스나 반대로 스코틀랜드 출신이지만 걸쭉한 텍사스 사투리를 멋지게
소화하며 열연했던 켈리 맥도널드 등 코엔 형제의 ‘용병술’이 돋보이는 캐스팅은
매우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뛰어난 점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풍부한 내용을 담았다는
사실이다. 앞서 스릴러라고 분류를 했었지만, 리얼한 연출을 통한 숨 막히는 긴장과
공포 말고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즐기고, 느끼고, 곱씹어볼 만한
요소는 많다. 점차 황폐해져가는 인간의 마음을 소름끼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
잔혹극이며,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대단히 모던한 웨스턴이며, 처절한 로드무비이며,
인생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군상극이며, 연쇄살인자의
피로 물든 행각을 다룬 공포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이미 21세기가 된 시점에서 20세기
말을 지배했던 묵시록적 불안감을 다룬 흥미로운 사회파 드라마로 볼 수도 있다.
이렇듯 단순한 장르 영화로도, 그 이상의 의미를 탐구하는 진지한 영화로서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전혀 손색이 없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어쩌면 그래서 반복 재생에 강한 DVD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디스크 한 장의 소박한 사양이지만, DVD의 화질과 사운드는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는 대사와 효과음의 전달, 극 중 다양하게 변화하는
장소를 반영한 공간감, 총격전이나 폭발 장면의 서라운드 효과와 중저음 재생 등
모든 면에서 작품의 감동을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한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화질 역시
자연스러운 색채와 준수한 디테일 표현, 암부의 안정적인 처리 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스페셜 피처는 세 편의 피처렛으로 이루어져 있다. ‘The Making of No Country
for Old Men’은 작품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간결하게 다루었다. 감독인 코엔 형제와
출연진, 의상, 특수효과 등 주요 스태프의 인터뷰가 촬영 현장 기록화면과 함께 편집된
전형적인 메이킹 다큐멘터리다. ‘Working with the Coens’는 제목 그대로 출연진과
스태프가 코엔 형제와의 작업 소감을 나누는 피처렛이다. 역시 할리우드 영화 DVD의
스페셜 피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칭찬 퍼레이드이지만, 이런 걸작을 연출한 코엔
형제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조금 과한 칭찬일지라도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피처렛에서 눈에 띄는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상당수의 스탭이
코엔 형제와 많게는 열 편 정도씩 여러 작품을 꾸준히 작업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관계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것이며, 그렇게 오랫동안 다져온
팀워크야말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Diary of a Country Sheriff’는 영화의 화자인 벨 보안관을
비롯하여 쉬거, 모스 등 주역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조명한 작품 해설 인터뷰다.
비록 풍부한 스페셜 피처를 담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화질과 사운드를 지원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DVD는 훗날 21세기의 중요한 걸작으로 기록될 이
영화의 감동을 안방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타이틀임에 틀림없다.
글 / 김송호(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