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뜻하는 영어의 ‘Music’은 그리스어 ‘Musike’에서 유래했다. ‘Musike’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뮤즈들이 관장하는 기예라는 뜻이다. 제우스와 기억을 관장하는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9명의 뮤즈는 서사시, 서정시, 희극, 무용, 역사, 천문
등을 맡아 보았다. 결국 시간과 관련 있는 인간 활동의 총체를 관장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은 시간의 예술로 불린다. 특히 음악 활동은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대화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달라도 시대와 역사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본질적인 예술 활동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일상사를 소리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가장 본원적이다. 커스틴 쉐리단 감독의 <어거스트 러쉬>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즉,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한
이 작품은 음악이 맺어준 사람들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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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Check |
Picture ★★★ Sound ★★★★ |
Title Spec |
감독 |
커스틴 쉐리단 |
출연 |
프레디 하이모어, 조나단 마이어스, 케리 러셀, 로빈 윌리엄스 |
등급 |
전체 이용가 |
러닝 타임 |
114분 |
출시사 |
CJ |
비디오 포맷 |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2.35:1 |
오디오 타입 |
DTS, 돌비 디지털 5.1 |
언어 |
영어 |
자막 |
한국어, 영어 |
지역 코드 |
3번 |
영화는 어거스트 러쉬(프레디 하이모어)라고 불리는 한 명의 소년을 주목한다.
어거스트 러쉬는 음악을 하는 부모 덕분에 모차르트 뺨치는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갖고 태어난 신동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부모 얼굴도 모른 채 고아원에서 자란다.
그는 유일한 재능인 음악을 통해 부모와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
날카로운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소년의 재능은 길거리에서나 음악 천재들이
모여 있다는 줄리어드 음대에서도 빛을 발한다. 결국 소년은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음악으로 멀리 떨어진 부모가 찾아오게 만들며 소원을 이룬다.
영화는 음악을 매개로 한 한 편의 동화다. 이 작품 속에서 음악은 정체성을 찾는
소년의 도구이자 꿈이요, 희망이다. 또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연결시켜주는 대화의
수단이기도 하다. 어거스트 러쉬의 음악적 재능은 소년들을 거리로 내몰아 앵벌이는
시키는 위자드(로빈 윌리엄스)를 비롯해 성당의 신부, 부모도 모두 어거스트 러쉬의
음악을 듣고 몰려든다. 그런 점에서 음악은 말을 능가하는 대화이기도 하며 어거스트
러쉬의 희망을 담은 웅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본원적 집착이 만사를 해결하는 요술 지팡이가 될 수는 없다.
소년의 천부적 재능이 도가 지나치다보니 공감대가 떨어진다. 생전 처음 기타를 북을
두드리듯 두드려서 기가 막힌 음악을 연주하고 간신히 계명만 배운 뒤 바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악보로 만들어내고, 그 어렵다는 파이프 오르간을 기타치듯 간단하게
연주해내는 소년의 재능은 모차르트도 울고 갈 만큼 뛰어나다. 그야말로 뮤즈, 즉
신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소년이 들려주는 음악이나 행보가 결코 감동적이지 않다.
너무 작위적이기 때문이다. 음악 하나로 세상만사를 해결하겠다는 제작진의 집착이
너무 강하다보니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흐르지 않고는 수많은 갈등을 해결하고 봉합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영화는 감동적이기보다는 아이들이 아기자기한 동화를 읽고 꾸는 꿈처럼
허망하다. 그렇다고 아예 환상의 세계를 다룬 <피터 팬>처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도 못한다. 어디까지나 현실에 바탕을 두고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어거스트 러쉬는 실제 공간에 굳건히 발을 디디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영화는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어설픈
동화가 돼 버렸다.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샤프니스가
높지 않다보니 중경이나 원경의 세밀한 묘사가 아쉽다. 그나마 색감이 편안해서 위안이
된다. 연두색 들판이나 아이의 연분홍색 피부를 보면 아주 자연스러워 눈이 편안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화질이 우수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소리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사운드 디자인이 아주 잘 돼 있다. 무엇보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제대로 살아난다. 들판을 휘젓는 바람소리를
들어보면 실제 들판에 서 있는 것처럼 스산함이 느껴진다. 이 같은 공간감은 풍경의
미세한 반향까지도 놓치지 않는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 덕분이다.
공연 장면에서는 박수소리가 홀에 넓게 울려 퍼지는 등 마치 콘서트 DVD를 보는
것처럼 소리가 넓게 확산된다. 기타 연주 장면에서는 현의 울림이 풍성하게 퍼지며
사운드의 성찬을 풀어 놓는다. 또 저음은 부드럽게 울리며 가라앉아 무게감을 잃지
않는다. 한마디로 예술 같은 소리를 들려준다. 그래서 그런지 황당하고 작위적인
이야기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부록은 예고편과 제작 과정에 해당하는 18분 분량의 ‘선율을 따라’가 전부다.
감독이나 배우의 음성해설, 인터뷰 등이 들어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모두 빠졌다.
‘선율을 따라’라는 부록은 제작 과정이라기보다는 배우와 작가 등이 등장해 이
작품이 어떤 영화인지 설명하는 작품 소개 정도에 가깝다. 그만큼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지 않다.
참고로 각종 메뉴가 모두 한글로 표시돼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본편에서 일부 노래 가사가 번역되지 않은 점은 문제다. 등장인물들의 심경을 나타내는
부분이어서 대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번역 자막이 필요한 부분이다. 예전 미주
노선의 비행기에서 이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해당 부분이 음성 더빙으로
번역돼 들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 DVD 타이틀의 번역 자막 누락이 아쉽다.
글 / 최연진(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