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의 흥행 요인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과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분명히 그 중심에는 나홍진 감독이 있다. 장편 데뷔 전 만들었던 단편영화 중 <완벽한
도미 요리>와 <한(汗)>은 독특한 미장센과 편집 감각,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아 각각 제4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제6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장려상, 제44회 대종상 단편영화 감독상,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편 부문
심사위원상, 제8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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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Check |
Picture ★★★ Sound ★★★ |
Title Spec |
감독 |
나홍진 |
출연 |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
등급 |
19세 이용가 |
러닝 타임 |
123분 |
출시사 |
프리미어 |
비디오 포맷 |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2.35:1 |
오디오 타입 |
DTS, 돌비 디지털 5.1 |
언어 |
한국어 |
자막 |
한국어, 영어 |
지역 코드 |
3번 |
완벽한 요리를 만들려는 한 요리사의 우여곡절을 코믹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그린 <완벽한 도미 요리>는 블랙코미디의 장르적 특징을 미니멀하게 구현하면서
꽉 짜여진 미장센, 리드미컬한 편집, 재치 있는 사운드와 BGM을 사용하여 단편영화의
묘미를 잘 살렸다. 훨씬 간결하고 강렬한 영상을 보여주는 <한(汗)>은 클로즈업과
편집의 미학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다. 땀이라는 소재를 통해 계급 문제를 치열하게,
그러나 영상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수작으로 영상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감독의
목소리를 힘 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단편영화 시절부터 ‘크게 자랄 떡잎’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6년 동안 30번을 고친 시나리오가 지금의 <추격자>란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 야 했다. 유영철이라는 희대의 살인마를 소재로 한 점, 한국영화계에서
유난히 시장성이 약한 장르로 평가되는 스릴러, 밤 장면과 비 장면이 주를 이루면서
두드러진 우울한 정서, 두 남자가 주인공인 점, 시나리오 전개상 불가피하게 잔인한
장면이 많은 점 등 흥행과는 거리가 먼 요소들 때문에 많은 제작자들이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한 영화였다. 그런데다 프리 프로덕션 당시 하정우나 김윤석은 스타성과는
거리가 먼 배우였으며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서영희 역시 영화 속에서 잔혹하게
죽음을 맞는 등 여러모로 대중의 취향에 폭넓게 들어맞는 영화가 아니었으나, 이런
모든 악재들은 결국 <추격자>의 흥행요인이 되었다.
제목부터 어딘가 투박하게 느껴지는 <추격자>의 많은 장면들이 핸드헬드로
촬영되었으며 밤 장면과 비오는 장면이 많은 탓에 비주얼 또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인물들은 사실적이며, 잔기교가 없는 스토리와 영상에는 진심이 있다.
이 영화가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획득하는 지점은 바로 시간적 한계(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은 1박 2일), 답답하리만치 제한된 공간, 범인의 존재를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이며, 이와 함께 공권력에 대한 냉정한 시선과 비판은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추격자>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나홍진 감독뿐만이 아니다. 김윤석과
하정우라는 두 배우는 그 동안 자신들이 보여줬던 가능성 그 이상을 이 영화에 쏟아놓는다.
특히 <타짜>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악역인 아귀를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만들어낸 김윤석은 엄중호라는 인물을 통해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와 같은 명배우 대열에 거뜬히 진입하게 되었고, 이미 ‘신인 같지 않은 신인’으로
인정받은 하정우 역시 다면적이고 이해불가한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다시 한
번 자신에 대한 평가를 확고히 다져 놓았다. 사실 남자 배우 투톱 구도는 자칫 영화를
무미건조하게 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김윤석, 하정우 이 두 남자배우가 밀고 당기며
만들어낸 묘한 에너지는 건조하고 투박한 이야기에 감렬함과 긴장을 더해준다.
‘데이 포 나잇’(낮에 촬영한 밤 장면)도 많은 데다 실내 장면, 밤 장면, 비오는
장면들이 주를 이루는 탓에 극장 상영에서도 필름 그레인이 아주 미세하게 느껴졌다.
DVD 타이틀 역시 필름과 큰 차이 없는 경미한 노이즈를 보여주지만 타이틀 자체의
퀄리티 문제로 지적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암부 디테일의 경우 대책 없이
어두컴컴하거나 인물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두운 장면이 많은 영화이므로
콘트라스트에 조금 더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아쉽다. 또한 몇 장면에서 한두 프레임씩
이미지 왜곡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흥행 성적도 높은 영화라
이러한 사소한 흠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음질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그러나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앰비언스 사운드의 표현력이 기대 이하이며 핵심 장면에서의 빈약한 사운드 디자인이
꽤 실망스럽다. 장르적 특징을 고려해 조금 더 다이내믹하고 인상적인 음향 효과를
재현했다면 타이틀 자체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별도의 디스크에 구성된 부가 영상은 제법 다양한 메뉴를 수록해놓았다. 포스터
촬영 현장, 시사회 풍경 등이 담긴 프로모션 영상을 제외한 5개의 메뉴는 약 85분
정도의 분량으로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촬영 에피소드, 캐릭터에 대한 인터뷰,
삭제 장면이 담겨 있다.
정보적인 측면에서는 꽤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데에 반해 중간 중간 사운드가
고르지 못한 부분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갑자기 출력이 낮아지면서 소리 자체가
들리지 않는 지점들이 꽤 있으며 삭제 장면에서는 4번째 시퀀스에 대한 해설이 통째로
누락되어 있다. 큰 하자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사소한 기술적인 실수나 결함이
잦다 보면 결국 타이틀 완성도에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2008년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임에도 불구하고 타이틀 자체는 소장 욕구를 자극할 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
글 / 황균민(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