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황후>는 홍콩영화계의 암담한 현실을 다시금 곱씹게 만드는 영화다.
일단 크레딧은 화려하다. <천녀유혼>과 <동방불패>를 연출했던 정소동이
메가폰을 잡았고, 견자단과 진혜림, 여명 등 A급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호금전,
장철과 함께 쇼브라더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한상 감독의 1958년 작 <강산미인>의
리메이크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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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Check |
Picture ★★★ Sound ★★★☆ |
Title Spec |
감독 |
정소동 |
출연 |
견자단, 여명, 진혜림 |
등급 |
15세 이용가 |
러닝 타임 |
95분 |
출시사 |
CJ |
비디오 포맷 |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2.35:1 |
오디오 타입 |
DTS, 돌비 디지털 5.1 |
언어 |
중국어 |
자막 |
한국어, 영어, 중국어 |
지역 코드 |
3번 |
하지만 러닝타임의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기대감은 무너지고 만다. <연의 황후>를
작업하고 있을 때 어딘가에 쫓기고 있던 걸까. 아니면 무형의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던 것일까. 정소동의 급박한 연출 탓에 영화는 무협과 멜로, 역사극의 삼각지대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서둘러 종극으로 흘러간다. 감독이 중심을 잡지 못하니 배우들의
연기도 줄곧 겉돌기만 할 뿐이다. 연비아(진혜림)와 난천(여명)의 로맨스는 어설프고,
뒤늦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설호(견자단)의 모습은 당혹스럽다.
<연의 황후>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은 액션 장면의 임팩트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술감독으로서 원화평과 쌍벽을 이뤘던 정소동은 <연의
왕후>에서 과장되지 않은 액션을 추구했지만,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도 일대일의
대결 장면에서도 좀처럼 긴박감을 전해주지 못한다. 특히 중반부 연과 조나라의 전면전은
영락없는 <글래디에이터>와 <트로이>, <영웅>의 잡탕이다(물론
<영웅>은 정소동이 무술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다).
DVD의 AV 퀄리티나 구성도 범상한 수준이다.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해상도가 떨어져 디더링 노이즈와 컨투어링이 더러 나타나고, DTS와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도 무게감과 정교함이 떨어진다. 이 영화가 꽤 많은 자본이 투입된
대작임을 감안한다면 사운드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스페셜
피처로는 12분여의 메이킹 필름이 수록돼 있는데, 이 역시 다소 형식적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