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 이후 새삼
주목을 끌게 된 다수의 아동용 판타지 소설에 속한다. 홀리 블랙과 토니 디털리지가
쓴 소설은 5부작으로 구성되어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발간되었는데, 스파이더위크
가문의 저택에 이사 온 한 가족이 그 전까지 알지 못했던 페어리의 세계를 발견하여
모험을 겪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린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이 시리즈는
<해리 포터>와 마찬가지로 영화로 만들 판타지 소설을 찾고 있던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았고, 마침내 원작자인 블랙과 디털리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영화로 각색된다.
9,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판은 지난 2월 공개되어 비평적으로는 고른
호평을 받았으나 미국에서 7,1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두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1억6,000만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기대만 못한 성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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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ty Check |
Picture ★★★★ Sound ★★★★ |
Title Spec |
감독 |
마크 워터스 |
출연 |
프레디 하이모어, 사라 볼거, 메리 루이즈 파커 |
등급 |
전체 이용가 |
러닝 타임 |
96분 |
출시사 |
파라마운트 |
비디오 포맷 |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2.35:1 |
오디오 타입 |
돌비 디지털 5.1 |
언어 |
영어 |
자막 |
한국어, 영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외 |
지역 코드 |
3번 |
그렇지만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흥행 결과와는 별개로 제법 즐길 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일상에 맞닿아 있는 또 다른 세계라는 설정과
모험을 겪으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어린이 등장인물의 묘사로 압축할 수 있다. 이는
많은 아동문학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각색물이 상당수 공유하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스파이더위크의 세계에서는 이 두 요소가 특히 잘 조화되어 있다. 극중에서 페어리
세계는 어떤 비밀통로라든가 특별한 힘을 통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그려진다. 그 세계에 사는 환상 생물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원할 때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상과 환상이 이음매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은 마음속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데, 영화 속의 페어리
세계는 ILM과 크리처 이펙트의 대가인 필 티펫에 의해 원작의 일러스트레이션(디털리지가
직접 그렸다)에 충실하면서 실사로서도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멋지게 재현되었다.
또한, 극중의 모험을 거친 성장은 다소 전형적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어머니가 이끄는 별거 가정에서 아버지와 정이 깊었던 아들이 트러블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환상 세계의 문을 열게 된다는 건 그리 참신한 설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프레디 하이모어(그는 일란성 쌍둥이인 자레드와 사이먼의 1인 2역을 해냈다)가
분한 주인공 자레드는 살아 숨 쉬는 캐릭터이다. 이는 배우의 호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본에서도 캐릭터 묘사를 간결하되 생동감 있게 처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플롯 역시 자레드가 아버지와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루신다와 공감하면서 자신이
처한 난관을 헤쳐 나갈 용기와 의지를 얻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마침내
갈등이 풀리고 이별이 만남으로 되돌아오며 두 세계가 서로를 의식한 채 만나는 결말은
감동적이다. 다섯 권의 소설을 압축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연결과 비록 큰 스케일은 아니지만 보편성 있는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아냈다는 점이야말로
이 영화의 좋은 점이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1디스크와 2디스크
버전이 별도로 발매되었지만, 국내 발매된 타이틀은 1디스크 버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스페셜 피처가 부실한 편이다. 먼저 두 편의 피처렛이 눈에 띈다. ‘Spiderwick:
It's All True!’는 마크 워터스 감독이 직접 출연하여 스파이더위크 세계의 각종
환상생물 캐릭터와 인간 세계와 다른 점 등을 ‘진짜’라며 정색을 하고 소개하는
코너이다. DVD를 볼 어린이들을 위한 간략한 영상 가이드인 셈이다. 이어지는 ‘It's
A Spiderwick World!’는 제작 과정을 다루었다. 감독, 원작자, 프로듀서(스티븐
스필버그와 자주 작업하는 캐슬린 케네디와 프랭크 마셜 부부) 등의 스태프들이 주로
기획 단계에 해당하는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배경 영상으로 촬영 현장의 모습이 사용되는
전형적인 구성이다.
나머지 두 메뉴인 ‘Arthur Spiderwick's Field Guide’와 ‘Field Guide: In-Movie
Mode’는 극중 스파이더위크의 가이드를 항목 별로 직접 열람해 볼 수 있는 메뉴.
전자에서는 브라우니, 고블린, 트롤 등의 항목을 골라 설명을 읽을 수 있고(유감스럽지만
번역되어 있지는 않다) 해당 항목의 영화 속 모습을 선택하여 볼 수도 있다. 후자는
같은 내용을 영화 감상 도중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선택하면 영화
진행 도중 화면에 아이콘이 뜨는데, 이를 클릭하면 가이드의 해당 항목으로 넘어가게
된다.
화질과 사운드는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은
청명하고 사물의 디테일을 충실히 재현한다. 어두운 장면이나 영상 정보가 급격히
증가되는 장면에서도 안정적인 화질을 유지한다.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 역시 대사,
효과음, 스코어 등 각 요소를 또렷하게 재생하며, 서라운드 효과와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종종 확인할 수 있는 중저음 표현도 훌륭하다. 스페셜 피처가 다수 누락된
점이 유감이기는 하지만, 본편은 가족과 함께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고른 완성도의
작품이며, 화질과 사운드도 평균 이상인 타이틀이다.
글 / 김송호(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