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T200b로 반격을 시도하는 엔비디아
어느 시장에서나 '최고'의 자리는 판매고가 어느 정도인가와는 상관없이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게는 큰 자부심이 된다. PC 시장 역시 이 법칙에는 예외가
아니라서 당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을 갖는 업체가 시장을 선도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최고 성능의 CPU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인텔과 AMD는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래픽카드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 싸움에서 엔비디아는
오랫동안 승자였다. GeForce FX시리즈의 장대한 삽질이(=>크나큰
실패가) 있었지만, 이후 NV4X 대 R4XX,
G7X대 R5XX, 그리고 G8X 대 R600 시리즈까지 당대 최고의 자리를 한 번도 뺏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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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0GX2가 잠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적도 있었지만…
하지만 2007년 가을부터는 그 판도가 바뀌었다. RV670을 둘 달아놓은 HD3870X2가
엔비디아의 자존심, GeForce 8800 Ultra를 대차게 발라버린(=>압도적으로
눌러버린) 것인데, 뒤이어 나온
GX2 라인업의 9800GX2가 최고의 자리를 탈환했지만, 어정쩡한 느낌을 주는 데 그쳤다. HD3870X2가 명목상의
최고 자리만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이 정도면 구입할만하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데
성공해 '판매용 제품'으로 통용된 반면, 9800GX2는 차기작의 출시 기대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은데다 다섯 달 후에 나온 HD4870X2가 최고의 자리마저 깔끔하게 뺏어버렸기
때문이다.
분명 GPU 하나만의 성능을 따지면 엔비디아가 월등한 적이 더 많다. 하지만 최고의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차후에 상대가 더 높은 제품을 출시하면 듀얼 GPU 제품으로
최고의 자리를 방어하면서 그동안 준비한 차세대 제품으로 다시 필두에 올라선다는
엔비디아의 전략이 먼저 중상급의 팔리는 제품을 내놓은 이후에 이를 듀얼화해 최고의
위치도 차지하겠다는 ATI(AMD)의 전략에 밀리면서 자존심과 실리 모두 타격을 입은
것이다.
매년 초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세계전자전)에 엔비디아는 2007년 가을
이후 뺏기기 시작한 시장 탈환을 위해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발표했다. AMD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대박을 친 듀얼 GPU 전략에 대응해 55nm공정으로 만든 새로운 하이엔드 GPU인
GT200b를 둘 사용한 GTX295가 바로 그 제품이다. 이번에는 9800GX2와는 달리 시장에
팔 수 있는 제품으로 내놓은 이 신모델이 과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지는 차차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역시 성능 필두의 제품과 시장 필두의 제품은 다르다. 물론 최고
성능의 제품은 단순히 기술 과시용이었던 옛날과는 달리 이제는 최고 성능의 제품
역시 시장에서의 판매를 바라고 만들어지긴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적정 성능의
제품을 시장에서 누를 수는 없다. 시장은 아직 싱글 GPU 카드의 몫이다.
오늘 소개할 GTX285는 엔비디아가 GT200b의 듀얼 GPU 제품인 GTX295와 함께
준비한 싱글 GPU 제품이다. GTX295보다 일 주일 늦게 발표한 GT285는 GT295와 동일한
GPU를 사용하지만 클럭과 메모리는 보다 높여놓았다. 소비전력이나 발열 문제로 듀얼
GPU 카드를 구입하기는 부담스럽지만 높은 성능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모델격인
이 제품은 '최고의 싱글 GPU 카드' 였던 GTX280을 계승하며 HD4870과 HD4870X2의
사이를 노리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