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0대의 WD,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한치 앞을 보지 못하고 현재에 안주하려는 발언들이 첨단을 달리는 기술 분야에서는 얼마나 위험한
발상일까요? 1899년, 미국의 특허청장이었던 찰스 듀웰은 "발명될만한 것은 이미 다 발병됐다"는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올렸다고 합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우리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제품은 이미 모두 발명됐으니 더 이상 특허청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했다고 합니다. 정작 20세기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이 기간 동안 이전의 모든 특허보다 훨씬 많은 양의 특허가 등록됐음을 상기하면
그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우매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런 실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 역시 저지른 바 있습니다. 그는 1981년, IBM PC의 메모리가 640KB로 제한된
것을 옹호하는 의미로 640KB면 앞으로도 충분할 것이라 말했다고 합니다. 2GB, 4GB가 일반적인 오늘날의 PC를 생각한다면 640KB라니······.
지금의 PC는 엄청난 성능의 프로세서와 방대한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메모리, 그리고 1TB를 훌쩍 넘겨 원하는 데이터 모두를
저장하고도 남음이 있는 HDD가 장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작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엄청난 성능과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PC는 하드웨어
마니아들에게 '꿈'이라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필자가 처음 컴퓨터 학원을 찾았을 당시, 강사님은 "HDD의 용량이 1GB를 넘어가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 단언할 정도였고, 그것이 불과 20여 년 전의 일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기간 동안 기술이 얼마나 급격히 발전했는지 실감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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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Hard Disk |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고작 5MB 남짓의 데이터를 담는 것으로 출발한 하드디스크도 이 기간 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분야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5.25", 또는 3.5" 플로피 디스크, ZIP 드라이브, 파워 드라이브
등 다양한 저장매체가 나타났다 사라져 갔지만 오랜 기간 PC의 가장 주요한 데이터 저장매체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HDD는 오늘날의 PC에서도
주력 저장매체로 각광받고 있으니까요.
손바닥 위에 가뿐히 올라가는 3.5" 규격의 HDD는 이미 2TB라는 방대한 용량에 도달해 있고, 주머니에 쏘옥 들어갈 만큼 작은 2.5" 기반의
HDD들도 1TB의 거대한 용량에 근접해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저리 거대한 HDD에 고작 5MB를 담을 수 있던 50여 년 전이 새삼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긴 시간 동안 HDD는 한 번도 시스템의 주된 스토리지 기기로서의 위치를 잃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수없이 명멸해 갔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제는 이름조차 희미한 여러 기업들이 HDD를 만들었고,
이와 함께 번영을 누렸지만 이제는 역사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있을 뿐,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기업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PC는 과거의 단순한 툴을 넘어 원하는 모든 영역의 작업이나 엔터테인먼트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도구로 발전했고, 이 기간 동안 PC의 발전과 함께 해온 극소수의 HDD
기업은 그만큼 우리에게 더 친근하고 믿음직한 파트너로 남아 있습니다.
◈ 전통의 HDD 명가 WD, 올해로 40살이 됐습니다.
486 시절, 무려 210MB에 달하는 엄청난(?) 용량을 자랑하는 HDD를 벼르고 별러 구입한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당시 PC를
갖고 있던 것만으로도 대단한 자부심이었건만, 남들이 갖지 못한 이런 엄청난 용량의 HDD까지 손에 넣었으니 그 기쁨이 얼마나 컸겠는지요. 이미
20년이 다 돼가는 이야기지만, 아직도 당시의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그만큼 필자 스스로에게도 대단히 큰 경험이었던 것만은 분명했나
봅니다.
그리고 이 때 210MB 제품으로 WD라는 HDD 브랜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렇다면 WD는 이미 그
이전에도 존재했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HDD 시장에 벨로시랩터, BGB 마케팅 등으로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통의 HDD 명가 WD,
기실 이 기업은 우리네 나이보다 더 오래 전인 1970년에 설립된 기업입니다. 올해로 적확히 40년, 불혹의 나이가 된 기업이기도 하지요.
물론 40살이 된 WD도 처음부터 HDD를 주력으로 만들어내는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General
Digital Corporation이란 이름으로 1970년 4월 23일 시작한 WD는 초기엔 계산기에 사용하는 싱글칩 트랜스미터 등을 개발
생산했던 기업이었지요.
위 이미지는 1989년 발매됐던 ISA 방식의 8bit VGA입니다. 'Western Digital Paradise VGA'로 이름
붙은 제품으로 1MB 메모리를 갖춘 제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초창기의 WD는 트랜스미터, LSI, VGA 등을 개발/생산했던 기업이었습니다. 이것이 1980년대를 지나며 HDD가 사용하는
각종 인터페이스와 컨트롤러 등의 제정과 개발에까지 이르렀고, 종래엔 HDD 사업에 직접 진출하게 된 것이지요.
우리에겐 잊지 못할 서울 올림픽의 해였던 1988년부터 HDD의 제조에 뛰어든 WD는 지금까지 8억 개 이상의 HDD를 선적, HDD 분야의 선도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WD가 HDD를 만들어내기 시작한지 22년, 오랜 기간 주목할만한 업적을 이루어온 끝에 HDD 분야의 리더십을 확보하며
최강자의 자리에 서게 된 WD. 오랜 기간 끊임 없는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정녕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미지처럼 그 동안 WD의 로고도 몇 차례 변화해 왔습니다. 조금 일찍 하드웨어에 취미를 갖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두 번째 로고
정도는 아직 뇌리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Caviar280은 85.3MB 용량을 가진 HDD로 1991년 출시된 제품입니다. WD의 초창기
로고를 제품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80년대 들어 WD도 HDD 분야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1983년엔 WD1003 HDD 컨트롤러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86년엔 컴팩과 공동으로 ATA 규격을 제정했으며, 88년엔 최초의 싱글칩 HDD 컨트롤러를 개발해 내기에 이릅니다.
◈ 이제는 HDD 시장을 리드하는 선도기업!
2.5" 기반 최초의
250GB HDD (125GB 플래터)
2.5" 기반 최초의
320GB HDD (160GB 플래터)
2.5" 기반 최초의
500GB HDD (250GB 플래터)
2.5" 기반 최초의
1TB HDD (333GB 플래터)
2.5" 기반 최초의
320GB 플래터/9.5mm HDD
3.5" 기반 최초의
1TB HDD (333GB 플래터)
3.5" 기반 최초의
2TB HDD (500GB 플래터)
친환경 Green 제품군
도입
유일한 10,000RPM
기반 벨로시랩터 시리즈 |
초기부터 HDD를 만들어온 여타 기업들과 비하면 WD의 시작이 더 빨랐다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겠지요.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곁에 여전히 남아 있는 HDD 벤더는 고작 손에 꼽을 정도라 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WD가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WD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아 왔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너무 오래 전 일은 마치 다른 세대, 다른 나라 이야기 같을 테니 비교적 근래에 일어난 일들을 살펴 보기로 하지요.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새로운 제품의 출시에서 WD가 얼마나 앞서가고 있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만합니다. 과거 WD가 조금은
후발주자로 선두그룹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최근 출시되고 있는 WD의 HDD는 그 자체로 업계 최초, 또는 세계 최대란 수식어가 붙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WD는 STANDARD&POORS의 S&P500, 포츈지의 20 most profitable tech
companies, BARRONS'S 500 등 우수 기업의 평가 잣대로 활용되는 각종 지수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마 최근 국내 유저들에게도 가장 사랑 받는 HDD 브랜드도 바로 WD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벨로시랩터 시리즈, 여타 벤더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던 친환경 컨셉의 Green 등 시장의 흐름을 먼저 읽고, 빠르고
적절하게 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적극적이고도 공격적인 시장 대응은 WD가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방증일 것이며, 이제는 HDD 시장을 명확히 리드해 가는
선도적인 기업이 됐다는 증거와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이 시장에는 전통적인
강자들이 있어왔지만, 이제는 역사 속에서나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있게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WD는 오랜 기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이
만족해하는 제품을 시장에 공급해 왔고, 결과적으로 이제 HDD 시장 자체를 주도하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일까요?
최근 가장 빠른 성능, 가장 높은 용량의 HDD 등 업계를 선도하는 제품들이 WD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음을 주지하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아마도 쉽사리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WD가 바야흐로 HDD 시장의 주도권을 손에 넣었다는 점 말이지요.
◈ 새로이 대두되는 SSD는 어떻게?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HDD가 등장한지도 어느덧 30년이 흘렀습니다. 그 오랜 기간 각종 시스템의 데이터 저장 용도로 확고한 위치를
가져왔던 HDD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와 달리 SSD라는 보다 빠르고 강력한 스토리지 디바이스가 등장, 서서히
그 세력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껏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그 어느 것도 HDD를 능가하는 효용을 주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이 30여 년간 HDD가 가장 주된 스토리지 디바이스로 살아남을 수 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할 테지요. 하지만 최근 대두되고
있는 SSD는 아마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HDD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엇보다 HDD가 주는 편리하고 빠른 입출력이라는 장점에
완벽히 대응이 가능하며, 성능 역시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높은 가격과, 몇 가지 기술적 난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요.
그렇다면 HDD 업체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을 품고 계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WD를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이미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지 디바이스 업체 중 SSD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도 다름 아닌
WD라 할 수 있는데, SSD를 전문적으로 개발해오던 기업과 합병, 이에 대비한 새로운 라인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시장이 HDD에서
SSD로 변한다 해도 - 조만간 일어날 변화는 물론 아닐 겝니다 - 스토리지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WD에게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