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들리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새로 PC를
구입할 때, 빠른 처리 성능을 보이는 최신 CPU와 끊김없이 멋드러진 3D
화면을 보여줄 그래픽카드를 고르는 것에는 그토록 공을 들이면서 왜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아름답게 장식할 '소리'를 처리하는 사운드카드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가? "도대체
사운드카드가 왜 필요한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바꿔야
하는 '소리'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사운드카드가
PC에 본격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했던 때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95가 출시되었던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S-DOS에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방식이 도입되자, 게임,
음악 그리고 동영상이 가능하다는 의미의 '멀티미디어 PC'가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이 때 '사운드 블라스터'같은 사운드카드가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게임을
즐긴다면 없어서는 안될 도구 중 하나였다. 이 때부터, LP나 CDP가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함은 물론, 고가의 스피커와 앰프 등으로 음악을 듣던 콧대높은 Hi-Fi
애호가들도 PC-Fi라는 신조어 탄생을 허락하기에 이른다.
그 후, DVD의 보급은
2채널 일색이던 PC-Fi 시장에 또 다른 바람을 일으켰다. 5.1채널 심지어는 7.1채널에까지
이르는 다채널 스피커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이나 영화 컨텐츠도 5.1 멀티
채널 사운드 바람이 불었다. 2010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사운드카드는 더이상 소리를
내는 단순한 역할을 하던 PC 부품이 아니라, 다채널과 음향 효과같은 소리 그
자체의 역할을 맡고 있는 주역이다.
그렇다면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PC의 어떤 부분이 담당할까? 2D/3D영상을 그래픽카드가
처리하는 것처럼 소리를 담당하는 부품도 따로 있다. 바로 '사운드카드'다. 하지만
대부분의 PC에서 이것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메인보드에 사운드를 처리하는
칩셋이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사운드카드없이도 후면 패널에 스피커 케이블만 꽂으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3D 게임 '내장 그래픽
칩셋'으로 즐기는 것과 같다. 좋은 영상을 보고 싶다면 내장 그래픽보다는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것처럼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면 사운드카드도 마찬가지다.
지금 듣고 있는 소리가 제대로 된 소리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아니, 제대로
되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있다. 백마디 말보다는 한장의 사진, 기술적인 설명에 앞서 간단한 예를 제시해본다.

▲ 내장 그래픽
vs 최신 그래픽카드
▲ 아이폰 4 기본
스피커
vs 5.1채널 스피커

▲ LCD
TV vs THX 인증 아이맥스 극장
위 3가지 경우
모두 화질이 조금 떨어져도, 음질이 조금 떨어져도, 분위기가 조금 부족해도 무슨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어떤 음악인지,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운드카드의
유무'가 이 정도는 된다고 주장해도 모자라면 모자라지 전혀 넘치지 않는다. 물론,
그래픽카드도 필요한 사람이 사는거고, 사운드카드도 그러하다. 무조건 사운드카드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문가 수준의 청음 능력이 없어도.. 어떤 사운드카드가 꽂혀 있는지 몰라도.. PC를
구매하며 공짜로 받은 싸구려 스피커로 음악을 듣다가 가격이 좀 나가는 사운드카드와 스피커를
갖추고 음악을 듣어 본다면 절로 '좋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을 얻은 순간,
리바이스 청바지보다 비싼 수십만원짜리 스피커를 서슴없이 구매하게 될지도
모른다. 몇 만원짜리
케이블까지 일단 구입하고 보는 PC-Fi 애호가를 넘어 전용 전봇대까지 심는 Hi-Fi
애호가가 되는 것은 '찰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