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모바일 기기들이 IT 디바이스 시장을 넘어 우리네 생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준비를 갖춰가고 있다. 마치 토큰이나
회수권을 사용하던 시대에 'T머니'를 상상하기 어려웠듯, 스마트폰·태블릿 등으로 대변되는 각종 모바일 디바이스는 조만간 우리네 일상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변화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스마트폰을 활용,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가는 어느 유저의 손끝에서, 자신의 모바일 디바이스와 깊은 커뮤니케이션에 열중하는 지하철 어느 젊은이의
손끝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일상을 변화시킨 모바일 디바이스는 나아가 그 이상의 변화에도 익숙해져야만 한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 '넥서스S'보다 'NFC'
두 번째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인 '넥서스S'가 공개되며, 이에 탑재된 'NFC'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넥서스S'야 통신사들이
장난칠 여지가 전무한 '레퍼런스'라는 점에서 모바일 기기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하지만, 'NFC'는 도대체 무엇일까?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이해하려면 전자태그 기술인 'RFID'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RFID'는 전파를 이용,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디바이스 간, 또는 디바이스와 태그 간에 데이터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NFC'는 이러한
'RFID' 기술 중 하나로, 13.56MHz 주파수를 이용해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10cm 이하에서 디바이스 간,
또는 디바이스와 태그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RFID' 기술이 개발된 것이 1930년대이니 이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기술적으로 대단할 것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태블릿으로
대변되는 급격한 모바일 열풍이 휘몰아치며, 마침내 이를 광범위하게 적용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전의 몇 차례 시도에서 보기 좋게
실패했던 태블릿이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급부상 했듯, 몇 차례 실패했던 'NFC' 역시 스마트폰·태블릿의
부상으로 다시금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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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처리한다!
알뜰한 소비자라면 지갑 속에 꽤나 많은 양의 카드를 소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신용카드, 그리고 상황에 따라 이용할 각종 적립카드와
마일리지카드, 할인카드 등이 모두 필수품. 때로는 몇 푼 들어 있지 않은 지갑이 이런 각종 카드들로 인해 배가 볼록해지기 일쑤다.
조금 현명한 소비자라면 이를 바코드 방식의 모바일 카드로 변경해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에 내장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이런 방식 역시 매번 사용
시마다 귀찮게 하나하나 불러와야 하는 수고를 덜 수는 없다. 만일 뒤에 긴 줄이 기다리고 있다면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기 마련.

바로 이런 상황에서 NFC는 매우 시의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굳이 바코드를 불러오거나, 지갑의 각종
카드를 찾을 필요 없이 NFC칩에 내장된 신용카드, 각종 할인카드 정보를 이용해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기술적 구현 원리는 차치하더라도,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에 이어지는 프로세스가 한없이 간단해진다. 또한, 상품에 부착된 태그에 단말기를
가까이 가져가면 그 즉시 방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카메라를 통해 바코드나 QR 코드를 촬영해 정보를 얻는
지금의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간편해지는 셈이다. 물론, 원한다면 구매와 결정도 그 즉시 가능한 것이 바로 NFC!
또 어떤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까? 우리네 생활에서 지갑이나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야 할'일이 발생하는 대부분에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결제와 포인트 적립/사용, 각종 상품 정보의 빠른 획득 외에도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요금 지불, 현관의 도어록 해제, 이를
지원하는 기기 간의 각종 데이터나 정보의 상호 교환 등이 모두 가능하다. 여기에 각종 신분증/자격증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일련의 활용이 가능한 이유는 NFC가 제공하는 세 가지 모드 덕분이다. '카드 에뮬레이션' 모드는 NFC
모듈을 기존의 'RFID'와 같이 동작시킨다. 이를 응용해 다양한 정보 인식이 가능한데, 리더기에 자신의 폰을 위치시키면 원하는 지불이나 정보
확인이 완료되는 모드라 할 수 있다. '리더 모드'는 NFC 디바이스가 카드 리더기로 동작하는 모드며, 'P2P 모드'는 두 대의 NFC 디바이스가
서로 통신하는 모드이다. 이렇듯 다양한 모드를 활용하면 우리가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여러 부분에서 기대보다 커다란 편리함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차량으로 빽빽한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매번 차를 세울 때마다 위치를 기억하려 하지만, 들고 나는
방향의 변화만으로도 차량의 위치가 모호해지는 상황은 누구나 경험했을 일이다. 이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근처
기둥에 설치된 태그를 자신의 디바이스에 입력해 두면 이후 훨씬 쉽고 빠르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주차 요금 징수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또, P2P 기능을
이용해 휴대폰에 저장된 명함을 서로 맞교환 할 수도 있다. 이렇듯 NFC와 통신망, 금융권을 조합하면 무궁무진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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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정보가 집약되는 'NFC', 보안은 어떻게?
매우 중요한 정보들이 하나의 디바이스에 집약됨에 따라 보안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통화를 위한 휴대폰과 달리 온갖 개인 정보와 신용카드
정보들이 NFC에 집약되므로 이를 분실하거나 누군가 도용하는 경우 예기치 않은 커다란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
다행히 'NFC'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디바이스 간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므로 이 전파 정보를 원거리에서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또, 암호화된
데이터를 전송하므로 누군가 중간에서 이를 가로챈다 해도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블루투스'나 '지그비'와 다른 'NFC'만의 우수한 보안성이라
할만한 부분.
하지만, 하나의 디바이스에 이 모든 정보가 통합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NFC 기술이 얼마나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같은 위험을 미리 예상하고 대응하는 준비가 부족하다면
또다시 무위에 그치고 말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전파의 송수신 차원에서 모든 보안의 위험을 해결했다 해서 마무리될 일도 아니다. 만에 하나, 사용자가 이렇게 중요한 개인정보가 가득 담긴
디바이스를 분실했다면? 누군가에게 내 소중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재빨리 막을 효과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자신의 휴대폰을
원격 제어하고, 분실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사용할 수 없도록 잠그는 등의 기술이 적극 응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재의 신용카드 분실보험처럼 사용자를 구제하는 법적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밀번호 등의 방식도
통용되겠지만, 말일을 위한 수단 역시 함께 강구되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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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뛰고 있다!
기술적 기반을 고려하면 NFC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 기술이 다시금 주목받는 것일까? 세계
이동통신협회(GSMA)가 모바일결제 프로젝트 표준기술로 NFC를 채택한 것도 한 이유겠지만, 아마도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폰의 각종 통신기술과
연계한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의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NFC로 신용카드 결제와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커머스폰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향후 출시할 대다수 스마트폰에 이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 서비스는 메가박스, 커피빈, 베니건스 등 7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또, USIM칩 내에 NFC와 안테나
기능을 통합한 'NFC on USIM' 기술을 개발, 하드웨어적으로 이를 지원하지 않는 휴대폰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여기에 KDDI·소프트뱅크와의 협력으로 연내에 일본에서도 동일한 NFC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마이크로SD카드에 NFC 칩을 통합한 '스마트 SD'를 개발했다. USIM을 사용하지 않는 현재 LG유플러스의 스마트폰이라면
이를 설계단계에서 직접 지원하거나, 아니면 대다수의 스마트폰이 지원하는 마이크로SD에 이를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
가장 대범한 행보를 보이는 곳은 바로 KT. NTT 도코모와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1(MWC2011)에 NFC
단말기를 통한 결제 서비스를 시연하고, 다양한 결제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금융사인 'BC카드'를 인수했다. 지난 2월 10일, KT는 BC카드의 지분 35.8%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향후 KT가 다양한 NFC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있어 주축이 되는 결제 부분을 담당할 금융사가 손아귀에 들어온 셈이다. 덕분에 KT의
NFC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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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정말로 '스마트'해 지는 시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맞은 주말 아침. 늦잠을 자버린 탓에 음식을 만들기 귀찮은 A씨는 상가에서 배포한 카탈로그를 뒤적인다. 숙취
해소와 맛을 모두 고려해 음식을 선택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해당 음식의 태그에 가져다 댄다. 이후로는 일사천리! NFC와 통신망, 금융사를
자동 연결하는 시스템이 즉시 결제를 진행하고, 한편으론 음식점에 A씨의 위치와 주문한 음식이 전송된다.
전화를 걸어 주문하고, 음식이 도착하면 비용을 치르는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이 아닐까? 만일 전자상거래 전반에 이런 NFC
기술이 적용된다면, 그 편리함은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넥서스S'는 하나의 스마트폰일지 모르지만, 이에 탑재된 NFC는 이렇듯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요소를 품고 있다. 갓 발표된 '갤럭시S II'에도 NFC는 탑재돼 있으며, 올 중순 발표될 '아이폰5'에도 이 기능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넥서스S'가
시장을 여는 역할을 한다면 - 비록 이전에도 NFC 지원 디바이스는 존재했다 -, '갤럭시S II'와 '아이폰5'는 NFC를 우리 일상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네 상상보다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지도 모를 NFC. 이제는 소비자도 이 새로운 기능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