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현대차가 출시한 신형 쏘나타 1.7 디젤을 시승했다.
쏘나타 1.7 디젤은 올해 초 부분 변경 모델로 출시된 더 뉴 i40와 3월에 발표된
신형 투싼의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차다. 5세대 NF 쏘나타 2.0 디젤 이후로 쏘나타에서
디젤을 볼 수가 없었는데, 이번 신형 쏘나타로 디젤 모델을 만났다.
글쓴이는 평일
중 출퇴근에 이 차를 이용하며 신형 쏘나타 디젤의 연비를 확인했다.
월요일 오후 7시. 마포대교 북단의 강변북로는 퇴근길 차량과
휴가철 차량이 뒤섞여 도로를 가득 메웠다. 목적지인 경기 성남시까지 30 km를 족히
가야하는데, 내비게이션 없이도 쉽게 가는 이 길이 평소같지 않게 꼬리가 길었다.
청담대교를 타서 넘어가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도 시원찮았다.
운전대를 잡은 글쓴이는 내내 트립 컴퓨터를 돌리며 연비를 확인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후덥지근한 날씨라 에어컨은 24도로 맞추고 통풍 시트를 2단으로
띄웠다. 켜져 있던 ISG 기능은 꺼 버렸다. 드라이브 모드는 당연히 Normal이다.
차라리 자전거 타고 가는 게 빠르겠다고 느낄 5 km 지점까지는
10.3 km/l, 10 km 지점에선 12.1 km/l로 표시됐다. 15 km 지점인 청담대교를
타고 나서야 13.3 km/l로 나왔다. 합류부에서 지체가 있은 뒤로는 80~90 km/h 범주로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었다. 탄천IC로 빠져나와 수진역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난 연비는 16.9 km/l였다.
출근길은 아침 8시에 올랐다. 지난 퇴근길보다 20분 빨리 도착했지만, 연비는
오히려 덜 나왔다. 퇴근길에 맞췄던 에어컨 온도, 드라이브 모드 셋팅도 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연비를 신경쓰지 않고 차를 몰았다는 점이 되겠다.
휴가철 차량이 일부 빠진 덕에 상대적으로 한산한 도로를 마음 놓고 달렸다. 평소라면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나온 차량들이 합류해 정체됐을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동안
트립 컴퓨터 내용을 체크하지 않고서 부리나케 도착했더니 표시된 연비는 15.3 km/l였다.
■ 누적 주행 거리 139 km, 전체 평균 연비는? |
서울 마포구와 경기 성남시를 출퇴근하며 트립상 표시된 전체
평균 연비는 15.4 km/l로 나왔다.
18 인치형 휠타이어가 장착된 시승 차량의 공인 연비가 16 km/l인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연비다. 일부러 서울 시내로 들어가 반복되는 교통 체증도
겪고, 저녁 시간에 가장 막히는 올림픽대로를 거쳐 퇴근길을 정하기도
했다. 연비 주행 조건이 아닌데도 연비가 이만큼 나온 것은 의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와중에 사용한 연료의 양은 얼마되지 않았다. 계기판상에 연료
눈금이 두 칸 떨어졌을 뿐이다. 주행 가능 거리는 800 km 넘게 표시됐다. 표시 눈금대로
사용한 연료의 양을 가늠하면 9~10 리터 사이라 판단할 수 있다. 트립상 평균 연비에
소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료의 양을 곱하면 트립상 주행 거리와 얼추 비슷한 값이
나온다.
물론 이번 주행에 사용한 연료의 양을 정확히 재려한다면 시승
전 연료를 끝까지 채우고 주행을 마친 상태서 다시 한 번 가득 채워서 분석하는 것이
맞지만, 이렇게까지 확인하는 경우는 일반 운전자로서 드물다. 트립상 기록된 평균
연비가 일단 이 정도였다는 점만 참고하자.
■ i40 디젤보다 조용해, 흡차음재와 개선품 타이어 덕 |
쏘나타 1.7 디젤의 주행 소음은 전반적으로 더 뉴 i40 디젤보다
조용했다.
이는 시승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가 주행 소음 감쇄 및 승차감에
유리한 셋팅이라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쏘나타 1.7 디젤에 장착된 타이어는
내마모성이 개선된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노블2(신형 제네시스에도 장착), 더 뉴 i40 디젤은 같은 크기의 노블2보다
성능이 한 단계 낮은 옵티모 H431 혹은 벤투스 프라임2가
장착된다.
차량 내 구성된 흡차음재의 양, 구조 접착제 면적, 첨단 고장력강(AHSS)
비율, 차음 유리, 언더 커버 적용 등으로 비교해도 신형 쏘나타 디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플랫폼을 수용한 차량이기 때문에 패밀리 세단으로서
중요한 방음 처리가 수준급이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의 양도 적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신형 투싼과 더 뉴 i40 디젤에 적용된 것과
같다. 1.7 U2 e-VGT 디젤 엔진(141 마력 / 35.7 kg.m)과 현대 다이모스의 건식 7단
DCT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주행 프로그램 셋팅이 일부 다른 점(20~30 km/h 이하의
저속 구간에서 엔진 브레이크 개입이 강함) 빼고는 주행상 특별한 차이는 없었다.
▲ ISG 대응용 2차 배터리가 내장된 AGM 계열 배터리.
쏘나타 디젤의 스탑 앤 스타트 기능(ISG)은 얼마나 쓸만할까?
에어컨 온도 24도 기준 환경에선 아이들 스탑이 2분 30초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 상태서 에어컨 동작 온도를 섭씨 1도 이상 낮추면 기하급수적으로 대기
시간이 줄어든다. 23도 이하로 조정할 때 아이들 스탑으로 무시동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45~50초 정도였다.
신호 대기가 긴 시내 교차로에서 ISG를 사용하면 잘해야
1~2 km/l 정도 더 나온다. 그렇지만 퇴근길 올림픽대로 중 청담대교와 한남대교 사이의
정체 구간에선 ISG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ISG로 엔진이 정지됐다 다시 켜지는 시간이
아주 빠르지 않아서다.
▲ 이런 정체 구간에선 ISG를 끄는 것이 오히려 낫다.
서울 변두리 지역이나 소통이 어느정도 원활한 도로에서나 쓸만하지,
서울 남대문과 명동, 종로, 광화문 일대를 잇는 교통 혼잡 중심가에선 ISG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 구간을 지날 때는 미리 꺼두는 것이 승차감에 더 이롭다.
■ 적당한 연비와 편의 사양, 구매할 가치 있다 |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 디젤은 패밀리 세단으로서 높은 연비를
바라는 운전자들이 구매할 가치가 있다.
쏘나타 디젤의 기본 트림인 스타일에서도 인조 가죽 도어 트림과
최고급 인조 가죽 시트가 적용된다. 2.0 CVVL의 스타일 스페셜에서 선호 사양으로
고려된 일부 품목이 추가된 것이다. 노말과 스포츠, 에코에 이르는 통합 주행모드
프로그램 셋팅도 포함된다.
이 차를 가장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스타일(2,495만
원)에 옵션으로 7 인치형 스마트 내비게이션 패키지(95만 원)와 버튼 시동 패키지(43만
원), 룸 미러 패키지(25만 원)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 대용량 디스크 브레이크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사양이 최고급 트림인 스마트 스페셜(2,950만 원)에만
적용된 것이 다소 아쉽지만, 가격 대비 상품 구성은 비교적 괜찮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스마트 스페셜에 주행보조 패키지2(210만
원), 8 인치형 스마트 내비게이션 패키지(145만 원), 18 인치형 휠타이어(25만 원)
등 모든 옵션이 포함됐다. 가격은 3,555만 원이다. 쏘나타 디젤은 시승 차량처럼
이만큼 옵션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출퇴근 겸 장거리 운행이 빈번한 운전자라면 신형 쏘나타 디젤을
먼저 시승해 보고 고려해 보길 바란다.